우연히 들어간 섬마을 빈집, 그곳에 조선시대 유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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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6-09 10:03 조회2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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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들어간 섬마을 빈집, 그곳에 조선시대 유물이 있었다

충남 태안군 근흥면에 있는 작은 섬 신진도(新津島)는 예로부터 '새나루'라 불렸습니다. 육지와 섬을 잇는 나루를 하나 만들고 그리 이름 붙인 거죠. 안흥과 신진도를 잇는 신진대교가 1995년에 개통되면서 이 섬은 태안군의 명소가 됐습니다. 바다 건너 안흥항은 백제 시대부터 무역항으로 번창했을 만큼 유서 깊은 항구였고, 조선시대에는 안흥에 성을 쌓기도 했죠. 이 성은 안흥성(安興城) 또는 안흥진성(安興鎭城)으로 불립니다.

아시다시피 섬에는 군데군데 빈집이 많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옛집도 살던 이들이 떠난 뒤로 꽤 오래 비어 있었다고 하죠. 그런데 어느 날 섬 주민이 빈집을 살피러 갔다가 뭔가를 발견합니다. 한자가 빼곡하게 적힌 종이들이 벽지로 붙어 있었던 겁니다. 예사롭지 않다고 느낀 주민의 신고를 받고 현장을 찾은 전문가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벽에 붙어 있던 벽지가 조선시대 유물이었기 때문입니다.

벽지의 정체는 조선시대 수군(水軍), 그러니까 지금으로 하면 해군 의무 복무자 명단이었습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신상명세를 기록한 것을 학적부라고 하듯 이 군인 명단은 군적부(軍籍簿)라 부릅니다. 작성된 시기는 19세기, 명단에 오른 사람은 60여 명입니다. 이들의 출신 지역은 모두 당진현(唐津縣)입니다. 당시 당진현감의 도장(직인 職印)과 서명(수결 水決)이 남아 있죠.

명단을 보면 직접 전투에 참여하는 수군(水軍)과 보조적인 역할을 맡은 보인(保人)으로 나눠 이름, 주소, 출생연도, 나이, 키, 아버지 이름을 적어 놓았습니다. 수군과 보인이 1명씩 짝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이 문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진 가운데 가장 잘 보이는 두 줄을 해석해 보면 이렇습니다.

수군(水軍) 김아지(金牙只) 나이(年) 정해(丁亥)생 15세(十五)
키(長) 4척(四尺) 주소(住) 내맹면(內孟) 아버지(父) 윤희(允希)

보인(保) 박복현(朴卜玄) 나이(年) 임오(任午)생 18세(十八)
키(長) 4척(四尺) 주소(住) 고산면(高山) 아버지(父) 성산(成山)

수군과 보인이 나란히 적혀 있죠. 당시 수군 편제를 알려주는 문서란 뜻입니다. 문화재청은 이 군적부의 용도가 실제로 군 복무자를 선발하기 위한 것이었다기보다는 군 복무 대신에 낸 군포(軍布)를 거두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문서가 발견된 집도 꽤 유서가 깊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상량문(上樑文)에 '도광(道光) 23년'이라고 적혀 있어, 집이 지어진 연대는 1843년으로 추정됩니다. 자그마치 170여 년 전에 지은 집입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건 벽지 가운데서 군인 명단 외에 한시(漢詩) 세 수가 함께 발견됐다는 점인데요. 몇 글자를 빼고는 대부분 판독이 가능할 정도로 온전하게 남아 있습니다. 문화재청은 "당시 조선 수군이거나 학식을 갖춘 당대인이 바닷가를 배경으로 수군진촌(水軍津村)의 풍경과 일상을 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시 세 수 가운데 한 대목만 인용해 보겠습니다. 바닷가의 아스라한 정경을 서정적으로 읊은 구절입니다.

淸風松榻鶴罷眠 맑은 솔바람 부는 자리 학도 졸음을 깨고
霧鎻柴門狵吹信 안개에 잠긴 사립문에 삽살개가 지키고 있네.
回首四處忽入眼 머리 돌려보니 사방이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데
雲色蒼蒼起層層 구름 빛만 창창하여 층층이 일어나네.

조선 수군의 군적부는 현재까지 남아 전해지는 것이 서산 평신진(平薪鎭) 수군 군적부 외에는 아직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섬마을의 오래된 빈집 벽지로 붙어 있던 이 군적부의 희소가치는 그만큼 큽니다. 게다가 수군이 주둔했던 지역에서 신상명세가 제법 자세하게 적힌 문서가 발견된 것이어서 앞으로 조선시대 수군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유물은 내일(5일) 오후 1시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열리는 '태안 안흥진의 역사와 안흥진성' 학술세미나에서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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