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지에서 유물 나온 태안 섬마을에서 한시 추가 발견

지난 달 벽지에서 조선 수군 국적부와 한시가 발견된 충남 태안 신진도 고가(古家)에서 다수의 한시가 추가로 발견됐습니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고가에서 수거된 벽지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한시 3편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태안 신진도 고가는 상량문에 적힌 '도광(道光: 청나라 도광제 선종의 연호) 23년’이라는 명문을 통해 1843년에 건립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고가에 거주했던 후손 최인복 씨의 증언에 의하면, 이 집은 260평의 대지에 방 5칸, 광 6칸, 부엌 3칸, 등을 갖추고 있었는데, 광 6칸이 존재했다는 사실로 미뤄 안흥진 수군을 관리했던 관가의 건물로 추정됩니다.

이번에 새롭게 발견된 한시 ｢聞新設開宴四方賢士多歸之｣(문신설개연사방현사다귀지: 새로 짓고 잔치를 베푼다는 소식을 듣고 사방에서 선비들이 모였다)는 1843년 태안 신진도 안흥진 수군의 관가로 사용될 집을 짓고 다음 해 안흥진 첨사(수군을 관리하고 통솔하던 관리) 조진달의 재임 기간인 1844년에 잔치를 베풀어 사방의 손님을 맞이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한시의 제목은 ｢黃麥打麥羊 出家家｣(황맥타양출가가: 집집마다 찰보리를 타작하여 거두어 가다)인데, 내용에 '군포를 내라는 조칙이 있는데도, 갑자기 지난밤 보리를 보내어 왔구나'라는 문장이 있어 이 가옥이 안흥진 수군을 관리하기 위해 군포(군복무를 직접 하지않는 병역 의무자가 그 대가로 납부하던 삼베나 무명)나 곡식을 거두어 관리하는 역할을 했음을 보여줍니다.

안흥진 수군의 중요 임무 중 하나였던 조운선의 안흥량 통과를 위한 호송과정에서 발생한 인명의 희생과 이를 비유한 한시도 있습니다. 이 시는 당나라 시인 왕유의 오언절구 한시 ｢조명간｣(鳥鳴澗, 새가 시냇가에서 울다)의 형식을 빌려, 수많은 인명이 안흥량 앞바다에 빠져 희생된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승정원일기>에는 '안흥량을 왕래하는 선박 중 뒤집혀 침몰하는 것이 10척 중 7~8척에 이르고, 1년에 침몰하는 것이 적어도 20척 이하로 내려가지 않고, 바람을 만나 사고가 많으면 40~50척에 이른다'라고 기록돼 있습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내일(24일) 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개최하는 '제2회 태안 안흥진의 역사와 안흥진성' 학술대회에서 해당 유물들을 공개합니다.

이와 함께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이번 태안 신진도 수군진 유물 발견을 계기로 민간에 전승돼 내려오는 안흥진 수군과 관련한 개인문집과 문학작품을 찾아 번역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