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단 3점뿐인 고려 나전칠기 유물 환수… ‘천년의 빛’이 돌아왔다

전 세계 단 3점밖에 없는 귀한 문화재가 고국으로 돌아왔다. 고려를 대표하는 나전칠기 유물인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이하 나전합)이 그 주인공.

문화재청은 최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구매해 들여온 나전합을 언론에 공개했다. 천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빛을 자랑하는 나전칠기는 고려 미술의 정수로 꼽히지만 전 세계에 불과 20여 점만이 남아있다. 특히 이번에 들여온 나전합은 전 세계에 단 3점뿐인 온전한 형태의 모자합(큰 합 속에 여러 작은 합이 들어간 형태의 합) 중 하나라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우리 품으로 돌아온 나전합을 통해 ‘천년의 빛’ 고려 나전칠기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 문화재청 제공

세계에서 손꼽히는 명품

흔히 ‘찬란하다’는 표현이 따라붙는 고려 문화. 그중에서도 나전칠기는 고려청자, 고려불화와 함께 고려의 미의식을 대표하는 최고의 미술공예품으로 손꼽힌다.

나전칠기의 ‘나전’은 자개로 만든 무늬를 물건 표면에 붙이거나 박아 넣어 장식하는 기법을 의미한다. 즉 나전칠기는 광채가 나는 조개껍데기 조각을 여러 모양으로 박아 넣거나 붙인 공예품. 나전 기법은 8세기경 중국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졌다. 중국 당나라 때 특히 유행했고 당과 밀접하게 교류하던 통일신라, 일본 등에 전해진 것으로 보이나, 현재 전해지는 우리나라 나전칠기는 고려시대 것부터다.

화려하면서도 정교한 고려의 나전칠기는 당대에도 이미 명성을 떨쳤다. 고려 중기 송나라 사신 서긍은 ‘고려도경’에 ‘극히 정교하고 솜씨가 세밀해 가히 귀하다’고 적기도 했다. 특히 고려 나전칠기는 전복 껍데기를 종잇장같이 얇게 갈아서 사용하거나 대모(바다거북 등딱지)의 뒷면을 채색해 붙이고 구리, 주석 등의 금속 선을 넣는 등의 독자적 기법으로 찬사를 받았다.

고려 것인데 왜 우리나라에 없지?

하지만 고려 나전칠기는 세계적으로 불과 20여 점만이 존재한다. 대모를 비롯해 나전칠기를 만들 때 필요한 재료 자체가 당시 구하기 어려운 것이었기에 극소수만 제작됐기 때문이다. 또한 재질 특성상 워낙 깨지거나 부서지기 쉽고 온도, 습도 등에 취약해 보존이 어렵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가치가 높은 고려 나전칠기는 당시 외국 왕실에 ‘호화 선물’로 보내지거나 수출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현재까지 남아있는 고려 나전칠기 대부분은 일본 또는 미국의 주요 박물관에 소장돼있다. 우리나라가 보유한 온전한 형태의 고려 나전칠기 유물은 단 2점뿐이었는데 이번에 나전합이 환수되며 총 3점이 됐다.

나전합이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일단 고려 나전칠기 상당수가 일본에 있는데 대부분 국가 문화재로 지정돼 있거나 박물관이나 사찰의 소장품이라 환수가 어렵다. 하지만 이 나전합은 일본의 개인 갤러리에서 소장하고 있었기에 유일하게 매입이 가능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관계자는 “1년가량 소장자를 끈질기게 설득해 지난해 12월 매입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협상이 조금만 더 늦어졌다면 일본에서 문화재로 지정했을 수도 있어 영영 돌아오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격조 높은 아름다움 고스란히

이번에 들어온 나전합은 전 세계에 단 3점만이 온전하게 전해지는 모자합 형태의 나전합이라 더욱 뜻깊다. 나머지 2점은 각각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일본 교토의 한 사찰에서 소장하고 있다.

길이 10㎝, 무게 50g로 손바닥보다 작지만, 손끝으로 잡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작게 오려진 자개 조각이 빈틈없이 배치돼 찬란하게 빛나는 나전합은 고려 나전칠기 특유의 격조 높은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반영된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주요 무늬는 국화와 넝쿨무늬인데, 대모를 얇게 갈아 장식하는 고려 나전칠기의 대표적 기법 ‘대모복채법’을 활용해 뚜껑 가운데의 큰 꽃무늬와 국화의 꽃술을 표현했다. 뚜껑 테두리는 점이나 작은 원을 구슬로 꿰맨 듯 연결해 만든 문양인 ‘연주문’으로 촘촘히 장식됐으며 금속 선으로 넝쿨 줄기를 표현했다.

나전합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다. 박물관은 올해 하반기 특별전 ‘고대의 빛깔, 옻칠’에서 나전합을 선보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