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SK하이닉스 반도체클러스터 부지서 유물편 나와...시굴조사만 200일 …

용인 원삼면 죽능리 일대. 사진=노민규기자

용인시와 ㈜SK건설에 따르면 ‘SK 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은 용인 원삼면 죽능리 일대 448만㎡에 기반시설 1조6천억 원, 산업 설비 120조 원 등 122조 원을 투자하는 대형 산업단지 조성 사업이다.

경기문화재연구원은 SK건설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4월 한달간 SK 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의 지표조사를 진행한 결과 조성부지 안에서 유물 파편 및 흔적이 발견됐다고 지표조사 결과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등에 따르면 건설공사로 사업면적이 3만㎡ 이상인 경우 해당 지역에 문화재가 매장ㆍ분포돼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전에 매장문화재 지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지표조사는 땅위에 나타난 유적과 유물, 지질, 생태 등을 조사하는 것으로 이 과정에서 유물의 흔적이 발견될 경우 심층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남사면 출토 유물편
◇ 부지내 유물 산포지 다수 확인돼

연구원의 지표조사에 따르면 조성 부지내 주요 유물 산포지는 독성리 4곳, 죽능리 5곳이며 이밖에 독성리 추정고인돌군, 죽능리 미륵불 등이 부지내 유적지다.

독성리 유물산포지의 경우 고려~조선시대 도기 및 자기편이 수습됐다. 연구원 조사결과 이곳은 사람이 거주하기 좋은 지형을 이루고 있어 생활유적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에는 삼국시대 토기편이 발견되기도 했으며 해주 오씨 통덕랑공파 윤모공 종중 시제단과 묘역이 조성돼 있는것으로 확인됐다.

죽능리 유물 산포지에도 비슷한 수준의 유물편들이 많이 발견됐으며 용인독립운동 유적인 삼악학교터도 유물 산포지 내에 포함돼있다.

특히 연구원은 독성리 추정 고인돌군은 조사 범위 안에 고인돌군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곳에서 추정 고인돌이 2개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미륵불을 닮은 화강암이 지역민들 손에 지켜지고 있어 민속 신앙의 자료로 활용해야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구원은 조사보고서를 통해 확인된 유물산포지 9개소와 유적추정지 1개소는 지표하에 매장문화재가 부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지구내에서 신규로 확인된 유물산포지 9개소와 기존에 확인된 유물산포지 1개소에 대해서는 학술적인 시굴조사가 필요하고, 죽능리 추정고인돌군도 정확한 유구의 성격규명을 위해 학술적인 시굴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추정 고인돌 전경
◇ 시굴조사 최소 200일, 발굴조사 가능성도 있어

연구원의 지표조사 결과 보고서가 문화재청에 제출되면서 SK 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부지의 시굴조사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시굴조사는 매장문화재 유존지역 면적의 10% 내외의 범위에서 발굴조사를 실시해 유적의 성격과 범위를 좀 더 분명히 밝혀보기 위한 것으로서, 정식발굴에 앞서 예비조사로서의 의미가 강하다고 문화재청은 밝히고 있다.

현재 연구원이 밝힌 시굴조사 면적은 88만6천286㎡이며 조사지역은 다수의 산지를 포함하고 있다.

문화재청의 ‘매장문화재 조사 대가 프로그램’을 통해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단순 평지의 같은 면적의 시굴조사도 200일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만약 시굴조사에서 유적지가 발견될 경우 유구와 유물에 대한 정밀조사인 ‘정밀 발굴조사’가 진행되며 1, 2년 이상의 조사기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


죽능리 미륵불
◇ SK건설 "시굴조사, 계획 안에 있다"

SK건설은 시굴조사 기간까지 클러스터 조성 공기에 포함이 돼 있어 문제 없다고 입장을 밝혀왔다.

SK건설 관계자는 비슷한 다른 산단을 조성할때도 시굴조사가 이뤄졌으며 용인 부지도 당초 밝힌 2024년 첫번째 팹(Fab·반도체 생산시설)완공에는 무리가 없다고 전했다.

또 당장 시굴조사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며, 행정절차 이후 부지매입이 완료 되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조성 공사를 시작해야 시굴조사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우리뿐 아니라 대형 산단 조성에는 시굴조사가 대부분 이뤄지므로 크게 문제될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 전문가, SK건설 핑크빛 예상 지적

그러나 전문가들은 SK건설의 이런 예상이 핑크빛 예측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당장 강원도 춘천시 조성중인 ‘레고랜드’도 조사결과 고조선 유적지가 발견되면서 유물 파괴 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상황인데, 함부로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문화재청 전문위원에 따르면 용인지역의 경우 생활유적이 많아 대규모 거주 유적지가 발견될 확률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곳에서 고려시대 또는 조선시대 거주민이 있던 것으로 지표조사에도 확인되면서 만약 레고랜드처럼 유적지가 대량으로 확인될 경우 공사계획을 변경하거나 최악의 경우 공사 자체를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